2018년 2월 19일 월요일

잊혀진 주소


잊혀진 주소




아물아물 3센티 구름

빛 바랜 창가 걸리어

스티커인 듯 판박이인 듯



너머너머 얼마 되지 않는 그 곳

네가 있는 곳 바로 그 곳

추억거리 소담스레 더듬어

작은 미소 구름만큼 머금어

앞니 빠진 동네 꼬마가 되어본다



하늘 가득 메운 광채가

벽으로 스미는 바늘이 될때까지

종각에 아픔 안고 지나 지나

담장 비추던 빛줄기

이름모를 어둠 속으로 내달으니

불현듯 궁금해 진다



과연 어디일까?





2018년 2월 18일 일요일

Fan


Fan



베게맡 놓아 둔 그대의 미소는

다사로운 세상으로 날 맞이합니다

처마끝에 맴도는 그대의 옆모습은

풍요로운 들판으로 날 인도합니다



언제인가 마주할 그 날

어느 골목어귀 우연스레 마주할 그 날

또 목석처럼 굳어져 숨조차 쉬기 힘들겠지요

어눌한 목소리로 인사나 나누고 지나치겠지요



하지만 이로서 충분합니다

내 맘, 이로서 만족합니다

항상 꿈결 속의 그대 마주함만으로도

넘치도록 행복합니다







내 심장 작은 보증수표


내 심장 작은 보증수표




앗아간 심장 한웅큼 불타올라

사그러들지 못하는 하루 하루

식을 줄 모르는 열기가 너를 향한다



기나긴 삶의 흐름

연인의 뜨거운 숨결속에서도

추위에 입김서린 네 모습 잊지 못해

온 몸 담아 느껴가며 이토록 행복하다



잠깐 스쳐도 머리 속이 휘어버리는

요정들의 짙은 향기

그리고 속삭임

그리고 애틋함

그저 이유없이 설레인다



내 심장 작은 보증수표

힘없이 박동 멈추는 한이 있더라도

마지막까지 불타고 달아올라

다시 태어나도 너만을 위해

이 세상 담으련다





2018년 2월 11일 일요일

같은시간, 다른공간



같은시간, 다른공간




시간이 흐르고 있는

이 공간에

그리고 저 공간에

따로따로 흩날리는 사랑을 위해

조심스래 소망합니다



아주 잠깐 멀어진 틈에

이토록 거대한 슬픔이 들어찰 수 있다니

참으로 놀라울 따름입니다



언제인가 분명

두손 마주잡을 나날이

꼬옥 서로를 품에 안을 나날이

있을 것이라 믿어봅니다



그러기에

애처로이 사랑합니다

애처로이 꿈꾸어 봅니다



비록 강제라고 하여도

소담스런 아리따운 사랑에

축복을 내리원하고 살아갑니다



지금 멈춰진 시계바늘 위에

홀로 내가

홀로 그가

서로 다른 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수천년 이별하며



수천년 이별하며




알고보면

난 무척이나 행복했던 녀석이었을테다

남들 어렵다 하는 사랑 아주 쉬이 해버렸고

첫눈에 반함이라 아름답게 상상했었다



푸른 향기 벗삼아

이내 발가락 사이사이 감도는 부드러움으로

눈부신 백사장 모두 쥐어

세상 내 것이라 다짐하였던 때

이 만큼 사랑할 수도 없기에

하여 세상 부러움 없었다



하지만 알고보면

그만큼 불행한 녀석이었을테다



남들 쉽다하는 이별 대단히도 오래지웠고

아마도

사랑한 나날 보다 이별하는 시간이 더 길었거늘

이만큼 불행해질 수도 없을테다



일생을 오직 한 여인과

한없이 이별해야만 하는 운명이기에

비참이란 단어

흘러나오는 실소로 묻기엔 어렵다






이별매듭


이별매듭



소담스레 엮어내린 사랑이

이별이란 매듭으로 남아버렸다

나름 곧게 펴고 당겨 감아

예쁘게 꾸미고 소중히 보듬어왔는데

결국 넘치는 번거로움에

기억 귀퉁이 애물단지가 되어버렸다



계속해서 엮어 몰던 사랑은

익숙함과 매너리즘에 방치되어

한심하고 난감한 뭉치가 되어있었고

그제사 깨닳게 된 것 들은

누가 엮은 것인가 조차 잊었다는 것

도구나 사람탓이 아니었다는 것

정말 그땐 너무 몰랐다는 것



운명으로 점철된 장난일지라도

스스로 만든 구멍에 스스로를 묶어 두었다는 사실은

날 더욱 죄여온다






혹시


혹시




때깍때깍 초침 속에

밀리고 깔린 추억들

훼집어 꺼내곤 흠집하나라도 슬퍼한다



나풀나풀 잊혀지리라

담담하게 그리고 투박하게



그러려니 지나온 철길 늘어지고

푸석푸석 늦은 후회

나 만의 슬픔이길

나 만의 외로움이길



언제나 슬프던 눈

그리고 하얀 향기

오늘도 네 뒷모습 따라

정말이지 쑥스러운 대화를 나눠본다





마네킨을 품에 안고


마네킨을 품에 안고




추억이 그리워 오늘도 되뇌이고

내일이 두려워 되뇌임을 준비한다



그리워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녀가

다시는 그리워하지 말아야 할 그녀가 되어버린 이후

그녀를 대신한 또 다른 그녀를 만들어

그녀와의 상큼한 추억을 음미함은

너무도 잘못이다

너무도 거짓이다



사랑없는 사랑을 만들어

운명아닌 운명의 바보가 되어버린 지금

청순한 인생을 빗대어

나만의 욕심에 한이 없다



아프고 슬퍼서 마네킨을 끌어안았다




사랑했던 모습으로


사랑했던 모습으로




그녀를 사랑했던 모습으로

그녀를 사랑했던 시간으로

그녀를 사랑했던 마음으로



아리따운 미소에 녹아내린

내 마음, 내 영혼

한 귀퉁이 작은 여백으로 머물곤 합니다



아련히 잠긴 그녀의 머릿결 사이로

스스럼없이 헤엄질합니다



사르륵 그녀의 향기 가득한 목소리

아직도 귓가를 간지럽힙니다

여전히 눈가를 촉촉히합니다



눅눅하여진 베개맡에는

그녀가 잠들어 있습니다




2018년 2월 5일 월요일

돌아오는 길



돌아오는 길




도시의 불빛 길게 늘어지는 밤

난 지나치고



그저 멍하니 그리고 도도하게

도시의 비린내 삼켜내고 핥아가며

이 거리 체취속에 시나브로 묻혀간다



더 이상 흐느적대는 사랑엔

머무르지 않기로, 버려지지 않기로

다짐하고 맹세한다



왜 다음 세상 도래할

잊혀진 사랑 바라는지

무뎌진 감정을 질문하는지



뿌연 자동차의 구토속에

돌아오는 발걸음엔 바위돌을 얻었을테다



이제 늙어가나보다

이제 타협하나보다

흐느끼는 내맘인들 다시말해 무엇하랴




낙엽의 여행


낙엽의 여행




험한 산 중 깊은 그리움이란 계곡에

작은 외로움이 떠간다



한 없이 매끄러운 물살따라

끝 없이 이어지는 일렁임따라

작은 외로움이 떠간다



아무도 돌아봐주지 않으며

보이려 노력 또한 없지만

흘러흘러 지나친다



폭포아래 곤두박질 치더라도

다시금 떠올라야하고

잠시나마 외딴 물 가 머문다 하여도

또 다시 잰걸음 재촉하여야 한다



외로운 여행은 계속된다




슬럼프


슬럼프




엷은 미소, 매캐한 연기와 함께

타들어간다

다 타고 남을것은 중요하지 않다



인생 태워가며 머문 이 자리

무안하지만 사람들 틈에 버틴다

키가 작아

눈 높이에 열중이다



저녁 어스름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길

오늘 하루 밤새 지저귀고 만다



왜 눈물은 말라버려

울 수도 없는지 모르지만

내 가슴은 충분히 젓어든다

슬프다



왜 웃음 말라버려

웃지도 못하는 바보가 되었는진 모르지만

난 충분히 웃음을 흉내낼 줄 안다

우습다



안개 짙은 잿빛 바람이 내 가슴에 스민다





슬픈 나그네


슬픈 나그네




남들보다 많은 단어를 읊조리며

남들보다 많은 시선속에 머물고자 함은

그리움일 것이다



남들보다 다양한 가십과 함께

남들보다 다양한 술잔을 들이키려 함은

외로움일 것이다



어딘들 머물어 즐거울 수 있겠는가

어딘들 머물어 안심할 수 있겠는가

외롭고 슬픈 나그네여



잠시 머무는 동안이라도

즐거운 마침이 있기를 바라는 맘으로

오늘도 뜬금없이 술 한잔 권해본다



멀리

정처없이 날아드는 네온사인 사이를 헤집어

그 속에 환상과 함께 머무니

나 스스로 가까운 자리가 되어

못난 사랑 애처롭다



슬픈 나그네의 외로운 삶은

그녀의 일생보다 길테다




재회


재회



그렇게 지나쳤다

마치 처음 본 사이처럼

어디에서든 한번이라도

마주친 적 없었던 사이처럼

거짓처럼



알고보면 그렇게 이상할 것도 없다

없을 것이다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사이였다

그렇기에 더욱 슬프다

더욱 아프다



밝은 웃음소리 귓가 맴도는데

미소 아름다워 눈가 머무는데

무언가 가슴 저미는데



모른척 돌아서는 그녀 역시

내 맘 같은가

슬픔에 온 몸 떨리는가



씁쓸한 알콜과 담배연기가

칠흑같은 어둠을 막아선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


귀로




차창 밖으로 연인들이 흐른다

눈동자 한켠으로 아픔이 고인다

모자 내리눌러 시야를 가리곤

내려야 할 정류장을 지나쳐 간다



집으로 향하는 길이 한없이 멀어진 후에야

타박타박 자욱 남기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 둘 도시가 타들어갈 때

차디차게 식어가는 내 모습이 어른대고

이젠 잊어야 할 것들이

기억해야만 하는 것들보다 많은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