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30일 금요일

잃어버린 도시


잃어버린 도시




내가 알고 세상이 알지만

신(神)이 모르거늘

운명이라 내 것이 아니었고

짧은 생 또한 내 것이 아니었음을

사랑이라 내것이랴

또한 네것이랴

무어든 떠나버린 맘속에

그대라 하여 정착할 수 있었겠는가



잠들다 지친 도시의 영혼이여

해메이다 잠 청하는 밤 깊은 나그네여



떠나버린 온기만이 샐쭉히 마무리된

이 도시의 여운과

이 골목의 그림자와

이가슴의 술취한 아이러니야





정상에 이르러



정상에 이르러




이제껏 버텨냈던 삶의 이유

맹신하던 목표

일어서야만 했던 당위성



이제사 설 수 없어

담배연기 자욱한 멈춰진 카페에

난 조심스레 재즈를 마신다



슬픔

이것이라 할 수도 없지만

그저 흐름에 따른 철없음에

취해서 휘청인다



부딪혀 보기도

머물어 보기도 하였지만

무엇보다 먼저 다다른 정상엔

어떠한 해명도 용납않는

외로움만이 존재하더라







2018년 3월 29일 목요일

어쩔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무엇이건 어쩔 수 없는

말 그대로 어쩔 수 없는

그런게 있어



내 일생 이해 안되는 가슴시린 순간

내 평생 알 수 없을 막막했던 이유

어쩔 수 없었던 그 이별의 아이러니



얼굴선 그려내는 뜨거운 추억

목을 조이는 텁텁한 공기

분명 듣지만 듣지않고있던 외침들

분명 달렸지만 영원히 멈춰져있던 시간

그것마저 어쩔 수 없는 현실임을



내 사랑

죽는 그날까지 목메이는 슬픔 역시

정녕 어쩔 수 없는

딜레마





忘者之愛



忘者之愛




잊으려다 잊으려다 기억된 이름

되뇌이다 되뇌이다 퇴색된 글자

지우려다 지우려다 떠오른 미소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알 수 없는 이 때

다시금 괴로워 허덕이는 이유

고운 흙에 내린 버섯의 홀씨처럼

뿌리깊은 내 맘 시리고 든다



왜인지 이유는 잊었지만

내 몸에 기억되어 습관으로 남아

고장난 로봇청소기마냥

여기저기 기웃댈 뿐

단지 이 가슴 어디쯤인가

댓가를 바라는 듯 아파오기에

시려오기에

그저 숨쉬기 위한 발버둥임을



언제이고

엇갈린 이름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그리고 시선으로

엇갈린 운명에 서게된다면

그때는

잊을 수 있을테지

아픔 사라질 수 있을테지



무뎌지기를






해는 저물었다



해는 저물었다




자욱자욱 발자욱 건너 그렁그렁 눈물자욱

맘속 깊이 시린 아픔은 차고차서 넘쳐난다



사랑하면 아픈 세상

미워하긴 쉬운 세상

그리 간단히는 물러설 수 없기에

버티고버텨 이르른 동네 언저리

그리고

초라한 몸짓, 습관, 미소와 향기



내 갈길 바삐 가는 것이 살길이런가?

마지막 보루이던가?

종착역에 도착하면 무엇이 있을런가?



해는 저물었다.




Escape



Escape




그저 언제건 멈추려니

이제사 의지마저 돌이 되려나

흐르다 못해 물러진 서툰 3류영화



망각의 기쁨을 위해 술잔을 기울이자!



마지막까지 바라보는 배려마저 없다면

살아 무엇하리오

웃어 무엇하리오



하루 해가 넘어가고 또다시 눈이 내릴 즈음

또다시 타협의 시간으로 흐를테다

또다시 돌이켜진 운명으로 잠재울테다



머리결 따라 스미는 술내음 속으로

비통한 냉소가 머물면

어김없이 신은 내게 속삭인다



속이고 속아준다





2018년 3월 28일 수요일

겨우 이만큼 사랑했을 뿐


겨우 이만큼 사랑했을 뿐



우리 함께한지 조금 되었을 뿐

흐릿흐릿 서로가 느껴지기 시작했을 뿐

아직 현실이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은 꿈결임을



날리는 빗방울처럼 부서져 잊혀지더라도

가지 끝 눈꽃처럼 멍울져 사라지더라도

이만큼만 더 사랑하자

죽기 전, 원 없이 사랑하자



겨우 이만큼 사랑했을 뿐

겨우 조금 알게되었을 뿐

앞으로 수천년은 더 사랑할 수 있을테지만

단 일초라도 진심으로 사랑하자






종이봉투


종이봉투



소나기가 내리고 추억은 젓어든다

미처 보듬지 못한 소중한 것들이

부주의함을 탓하며 녹아든다



갑작스러움에 놀라

무엇이 버려지고 있는지도

무엇이 사라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바라볼 뿐



소나기가 그칠 쯤

밝아오는 하늘아래 잿빛 대지위에

생각이라곤 할 수 없게 된 동상처럼

그저 멍하니

잃어버린 것들을 헤아려본다



스미는 빗물만큼 깊숙하게

내리는 햇살만큼 화려하게

난 잊혀졌다

그래 난 버려졌다



하나 둘 젓어들어 녹아내리고

씁쓸함마저 감도는

복잡한 심경 미뤄두기조차 어렵지만

기억은 없었다

왜냐며 수차례 자문해 보아도

이유는 찾을 길 없다



발그레한 볼 언저리 젓어들때 즈음

하늘은 고맙게도 슬픔을 덮어낸다



아픔은 항상 종이봉투에 넣어두도록 하자

다시금 비가내려도 쉬이 젖어들어 스며들도록




무지개


무지개



무지개 건너 네가 있다.

무지개보다 더 화려한 네가 있다.

무지개보다 더 투명한 네가 있다.



무지개보다 더욱 내 가슴을 설레게 한

네가 거기에 있다.








2018년 3월 27일 화요일

오늘


오늘



오늘 하루, 평화로와 즐겁다

맑디맑은 하늘과

토실토실 살진 구름이

내 눈과 기꺼이 벗이 된다



오늘 할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하지만

오늘만은 만사 제치고

조촐하게나마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다



음악이 흐르고

나도 흐르고

찬란한 오늘이 다 가기전에

다사로움 벗삼아 꿈을 만들테다



얼굴도 잊혀진 한 여인의

숨겨놓은

꼭꼭 감추어 놓은 작디 작은 상자

지난 달력에 파묻힌 판도라의 상자

오늘은 그마저도 등 뒤로 밀어둔다



또다시 평화로와야 할 내일을 기원하며

그저 조용히 머물어 모래성을 만들어 본다





이별후유증



이별후유증




차근차근 되돌아선다

내 머물던 그 자리에

너 노닐던 그 자리에



휘청거리는 네온사인이 괴성을 지르고

검게 멈춰진 이 자리엔

고독만이 자리한다



함께 머물던 그 느낌 그대로 담아

어지러워 무너진 보도블럭 위

차곡차곡 발자욱 올리어

너의 자취 되밟는다



언제인가 잠시나마 스치기를

어디인가 우연스레 마주하기를

추욱 늘어진 현실속에서

아름다운 추억들만이 고개질 한다



그저 환상이러니

그저 미련이러니

이것이 우리의 숙명이러니



2018년 3월 26일 월요일

일탈


일탈




홀홀 벗어버리고 가벼이

그리고 사뿐히 떠나보자

훌쩍, 멀리, 그리고 당당하게



내가 지금껏 믿어왔던

모든 가치관을 버리고

아득한 세계로 들어서자



샛길로 빠져도 좋다

조금 돌아가도 좋다

막다른 곳이라면 살짝 돌아설 수 있도록

미련을 버리고 집착을 잠재우자



자! 사랑하며 날아보자

커다란 날개 소담스런 모습으로

감춰진 슬픔을 이겨낼 수 있도록

떠나가자





다사로운 오후


다사로운 오후




하늘 위 깊은 푸르름

포근히 젓어든 햇살



한가로이 떠도는 바람소리 벗 삼아

공원 모퉁이 벤취 위를

살며시 포개어 본다



꿈결처럼

혹은 빛살처럼

미소 머금은 다사로움 속에

뺨을 간지럽히며 날아든

작디 작은 입맞춤



더듬더듬 눈뜨고 바라보아 맞닿은 밝은 빛

바로 그 곳에서

내 사랑, 내 희망이 살포시 기대인다



비로소 볼을 부비는 낙엽 등지어

잠시간의 풋내음을 뒤로하고

툭툭 맥없이 털어낸 자리엔

또다시 찾아드는 상실감



낯선거리 홀로 버려진 자신을 바라보며

가끔은

아주 가끔은

평화롭게 잠들고자 한다





2018년 3월 22일 목요일

다만, 함께이고 싶을 뿐


다만, 함께이고 싶을 뿐




다사로운 밤

잔잔한 별빛 어우러져 아름다운

외딴 길가 정류장에서

사랑하는 이와 기대고 기대우져

소박한 모습을 감사하며

집으로 향하고 싶다



혹은 벌건 대낮

자동차 소음 속을 휘저으며

번잡한 도로변 발 디딜틈도 없는 정류장에서

사랑하는 이와 밀리고 밀리우저

상스런 언어들을 되씹으며

집으로 향한다 한들,



상관없다

다만, 함께이고 싶을 뿐




잊지못하는 이유


잊지못하는 이유



그녀를 사랑한 이유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그녀이기 때문이었고

그녀와 이별한 이유

나와 다른 미래를 가진 그녀이기 때문이었다



그녀를 잊는다면

난 단지 5만시간짜리 영화를 본 사람



언젠가 아스라이 잊혀지고

그 시간만큼 스스로 거짓이 되고

가끔 작은 회상으로 밤새 슬퍼지고

사랑과 트랜잭션의 차이가 모호해질때 쯤

아마도 숨쉬기조차 힘들어진 우리가 있을테지



결국 잊지못하는 이유

이런 미래가 무섭도록 두려워지기 때문인거야





2018년 3월 16일 금요일

기울어진 거리 끝, 목석 이야기


기울어진 거리 끝, 목석 이야기




아끼며 사랑했던

줄곳 한자리를 지키어 선다



이곳을 자주 지나친다는 소문은

이 거리 목석 하나 놓여진 이유



어느메쯤 남겨진 슬픔이기에

쓰리도록 달콤한지

오히려 이즈러진 슬픔

한껏, 스스로 즐기어 선다



아래쪽 가장자리

언제든지 오갈 수 있던 그 자리에

큰 건물하나 들어서고

마지막 즐거움 마저 빼앗겼다

이제 이 길 지나는 바람마저 없다



언제고 무너질 듯 기울어져가는 것은

공터 기대인 낡은 건물인가

공허 기대인 나의 마음인가



기울어진 거리 끝

볼품 없는 목석이 버티고 있다





향기


향기



이름모를 작은 꽃이라도 향기는 있습니다.

당신이 어디에선가

이름모를 방랑자가 된다 하여도

난 당신의 향기만을 기억합니다.



내 안의 당신은 향기로서 영원합니다.









2018년 3월 14일 수요일

널 지워본다


널 지워본다




초라한 내 맘

버섯의 홀씨처럼 흩뿌리고

오늘도 이 한몸 고되게 함은

그저 널 잊기위한 몸부림

널 지워낼 것이란 기대감



돌아서는 걸음걸음

인파에 휩쓸려 사라지는 뒷모습을

왜 그렇게도 무던히 바보처럼 스쳤는지

사랑하던 순간순간

너를 향한 심장 울림은

왜 이제서야 이토록 웅장하게 들리는지





널 알기위한

길지않은 시간마저 낭비한 내가

얼마 되도않는 추억지우기에

평생을 바친다








봄, 그리고 여유


봄, 그리고 여유




빙그르 둘러진 초록울타리 걸터 앉아

연분홍빛 벗꽃향기 두눈 가득 담고

진한 코코아 한 잔의 달콤함에 취해

앙증맞게 불어오는 실바람 사이로

내 노래는 흘러간다.










2018년 3월 9일 금요일

비내리는 날


비내리는 날





한없이 내리던 비가

이내 가슴 깊이 차오른다

방울방울 표정 어리어

이미 무디어진 깊은 상처를 붙든다



뾰족한 하늘은 내 눈가를 적시고

상냥하게 내 영혼까지 감싸니

잿빛 도시로도

담담한 거리로도 쉬이 내닫는다



보도블럭 사이를 피해가며

횡단보도 깡총이며 넘어봐도

흐르다 흐르다 지친 것은

내 마음인지 저 빗물인지



가슴 속 일렁임은 멈추려하지 않는다




어린사랑


어린사랑



항상, 마음으로 다가와 준 사람이 있었답니다

항상, 진심으로 미소지어 준 사람이 있었답니다

어렵고 힘들어도 웃을 수 있었고

어떤 고뇌도 쉬이 잊을 수가 있었답니다



엉성하리만치 바보스럽고

답답할 정도로 세상을 모르는

정말, 사랑엔 빵점인 제게

아무런 편견없이 다가와 주었습니다



때로는

가슴 속 깊숙히 파고드는 관심이

너무도 아팠답니다

스스로가 아리고 아퍼서

이기적인 맘 다스리지 못하여

숨기 위해 분주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떠나간 빈자리에 홀로 남아

가슴만 쥐어봅니다

후회만 되짚습니다



지나가는 바람결에 그녀 소식 묻어나면

새카맣게 타들어가는 맘

어찌할 수가 없답니다





운명적만남


운명적만남




사랑이 뭔지 모릅니다

좋아한다는 것이 어떤지 모릅니다

그저 눈뜨면 생각나는 사람

사랑일거라 생각했습니다

그저 눈감으면 아른대는 사람

사랑일거라 생각했습니다



가증스레

사랑은 운명이라 생각했습니다

운명적이지 않은 사랑은

흔한 인연 중 하나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사랑을 몰랐습니다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떠나간 그녀의 빈자리는

점점 커지며 찬바람만 가득해 집니다

운명이란 허울보다

가까운 온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습니다



이젠

만나서도 안되고 말해서도 안됩니다

울어서도 안되고 외쳐서도 안됩니다

단 5년으로 1세기의 암흑을 만들어낸 그녀입니다






2018년 3월 8일 목요일

다만, 홀로 그리워하며


다만, 홀로 그리워하며




당신의 검은 눈동자를 지배하는 푸른 세상을,

내 눈은

홍조를 띄는 한 바라볼 텝니다



그리움 흘러내린 기나긴 머릿결 사이

잔잔한 향기의 그녀가

내 곁에 머뭅니다



무엇이 그리운지조차 모를만큼

흐려진 그대가

붉은 심장을 거쳐 푸른 핏줄로

그리고 뜨거운 울림으로

온몸을 휘감을 뿐입니다



환풍기 가득 메운 고리타분함과

매몰차게 동여맨 냉기서린 눈빛

그리고 투박한 에고이스트



하지만 그 안을 살아가는 이 영혼만은

푸른 하늘에 띄워진 구름일텝니다










만남


만남




묵직한 심장박동

수차례 리허설과 어설픈 표정관리

그녈 만나러 가는 나사빠진 남자



의례히 떠오르는 너의 습관들

셔터를 누르는듯한 아름다운 장면들

모든게 핑크빛임을



초컬릿 한 조각 물고있는 듯한 달콤함에 더불어

이미 길들여진 모습이라 믿기 어려운

이 야릇한 분주함은 또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