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시작일 뿐
비에 젓은 창 가에 머물어
환한 거리를 끊임없이 바라보아야 했어
내 삶을 삼켜버린 버린 그 골목
외로 가로등 벤취 위에서
환상과 때맞춰 잠들어야 했어
어데로 가는지도 모르는 막막함 속에
다시 어데로 돌아서야 할 줄도 모르는 바보
스스로가 창조한 암흑속에 머물어
스스로의 인과를 되씹고 되뇌이고
인고의 시간이 흘러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믿었던 사내는
홀로 그 찻집에 머물어
씁쓸한 갈빛 향을 들이켜야 했고
홀로 그 길가에 머물어
흥겨움이 비틀대는 거리의 분주함 속으로
툴툴 담배재를 날려야 했지
그래
그땐 그저 비극의 시작일 뿐 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