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14일 월요일

한 잎의 여자 1 - 오규원

한 잎의 여자 1

<오규원>




나는 한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 같이 쬐끄만 여자.
그 한 잎의 여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나는 정말로 한 여자를 사랑했네.
여자만을 가진 여자,
여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
여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
눈물 같은 여자,
슬픔 같은 여자,
병신 같은 여자,
시집 같은 여자,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
그래서 불행한 여자,
그러나 누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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