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봉투
소나기가 내리고 추억은 젓어든다
미처 보듬지 못한 소중한 것들이
부주의함을 탓하며 녹아든다
갑작스러움에 놀라
무엇이 버려지고 있는지도
무엇이 사라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바라볼 뿐
소나기가 그칠 쯤
밝아오는 하늘아래 잿빛 대지위에
생각이라곤 할 수 없게 된 동상처럼
그저 멍하니
잃어버린 것들을 헤아려본다
스미는 빗물만큼 깊숙하게
내리는 햇살만큼 화려하게
난 잊혀졌다
그래 난 버려졌다
하나 둘 젓어들어 녹아내리고
씁쓸함마저 감도는
복잡한 심경 미뤄두기조차 어렵지만
기억은 없었다
왜냐며 수차례 자문해 보아도
이유는 찾을 길 없다
발그레한 볼 언저리 젓어들때 즈음
하늘은 고맙게도 슬픔을 덮어낸다
아픔은 항상 종이봉투에 넣어두도록 하자
다시금 비가내려도 쉬이 젖어들어 스며들도록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