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28일 수요일

종이봉투


종이봉투



소나기가 내리고 추억은 젓어든다

미처 보듬지 못한 소중한 것들이

부주의함을 탓하며 녹아든다



갑작스러움에 놀라

무엇이 버려지고 있는지도

무엇이 사라지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바라볼 뿐



소나기가 그칠 쯤

밝아오는 하늘아래 잿빛 대지위에

생각이라곤 할 수 없게 된 동상처럼

그저 멍하니

잃어버린 것들을 헤아려본다



스미는 빗물만큼 깊숙하게

내리는 햇살만큼 화려하게

난 잊혀졌다

그래 난 버려졌다



하나 둘 젓어들어 녹아내리고

씁쓸함마저 감도는

복잡한 심경 미뤄두기조차 어렵지만

기억은 없었다

왜냐며 수차례 자문해 보아도

이유는 찾을 길 없다



발그레한 볼 언저리 젓어들때 즈음

하늘은 고맙게도 슬픔을 덮어낸다



아픔은 항상 종이봉투에 넣어두도록 하자

다시금 비가내려도 쉬이 젖어들어 스며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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